김현곤 강도사 / 막 14:1-11

◎본문: 막 14:1-11

◎개요

1-2절 예수를 죽일 방도를 찾는 종교지도자들

3-9절 예수의 머리에 향유를 부은 여인

10-11절 방도를 찾은 종교지도자들

◎본문연구

오늘 본문은 세 단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1절과 2절 예수님을 죽일 방도를 찾는 종교지도자들에 관한 내용이고, 3절에서 9절은 예수님의 머리에 향유를 부은 여인의 사건, 마지막 단락 10절과 11절은 예수님을 죽일 방도를 찾은 종교지도자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본문은 이틀 후면 유대 최대 명절 유월절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한 주간을 무교절로 지키게 되죠. 1년 중 가장 큰 절기입니다. 니산월, 4월~5월 14일에 유월절 어린 양을 잡고, 그날 저녁 15일에 유월절 만찬을 먹습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을 잡고자 하나 민심의 동요를 두려워했기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세 번에 걸친 논쟁과 변론에서 적잖게 그들은 자존심을 구겨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명절이라는 특수한 시점과 상황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죽이는 데 민심의 힘을 얻어 로마를 압박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좋은 타이밍은 없었던 것이죠. 반대로 자칫 민심의 소요가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로마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합법적으로는 예수님을 죽일 답이 없어 불법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뇌부의 비밀 모임은 뾰족한 묘책 없이 종결됩니다. 명절은 임박했고 짧은 시간에 민심을 자신들 편으로 삼을 확실한 방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예수님을 체포하는 일은 명절 이후로 미뤄질 것이고 더 멀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깬 뜻밖의 기회가 찾아오게 됩니다.

본문은 갑자기 베다니 시몬의 집을 비춥니다. 시점은 유월절 이틀 전일 것입니다. 베다니는 예수님 일행이 명절에 머물 거처를 마련했던 동네입니다. 시몬을 베다니 나병환자로 소개합니다. 그의 집에서 예수님 일행이 식사를 합니다. 대명절을 앞둔 시점에 유대인들은 무엇보다 정결을 중요시 여겼는데, 나병환자와 식탁 교제를 나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시몬의 나병은 과거 예수님으로부터 치유 받아 지금은 온전한 상태였을 것입니다. 예수님 일행을 초대해 한참 식사 시간이 무르익어 갈 무렵, 돌발사건 하나가 발생합니다. 한 여자가 그 자리에 끼어든 것이죠.

우선 유대인의 식사 습관을 고려할 때 남자들만 참여한 시공간에 여인이 끼어든다는 것은 관습을 파괴하는 무례한 일이었습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그녀의 행동은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향유 한 옥합을 가지고 와서 식사 중인 예수님의 머리에 부은 것입니다.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참석자 누구도 이 여인의 돌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고급스런 나드 향이 순식간에 방 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잠시 놀라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 반응을 이어집니다. 값비싼 향유를 바닥에 쏟아버린 것을 두고 참석자 중 일부가 여인을 향해 귀한 것을 허비했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입니다. 급기야 이 여인을 꾸짖고 나섭니다. 당시 300데나리온 이상 가는 것을 낭비하지 않고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매우 그럴싸한 논리입니다.

명절이면 유대인들은 누구나 자선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앞서 재물 많은 청년에게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는 말씀을 환기시키는 논리이죠. 예수님을 제외한 사람들 모두의 시선에 여인의 행동은 낭비이고, 허비였습니다. 모두가 웅성대고 여인을 쏘아볼 때, 예수님께서 입을 열어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을 포함해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 그녀를 가만두어 괴롭게 하지 말라고 하시며 여인의 행동을 두둔하십니다. 한술 더 떠서 예수님은 그녀가 지금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여인의 돌발 행동에 놀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어떻게 그것이 예수님을 위한 좋은 일이 될 수 있을까요?

평소 예수님이 지향하며 가르쳐 온 가치와 충돌하는 것에 제자들도 당황합니다. 가난한 자를 돕는 일은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할 일입니다. 가난한 자는 언제나 제자들 곁에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해야 하는 특별한 일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떠나실 시간은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신랑을 빼앗길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수님은 그 시간을 마치 이 여인만 알았던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바로 앞서 그 날과 그 때가 다가올 것에 깨어 있으라고 강조하셨는데, 이 여인이 그 제자도의 모범적 인물로 소개되는 듯하죠. 이 여인은 그날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을 감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눈에 낭비로 비쳐진 그녀의 행동은 순전한 나드처럼 예수님을 위한 최고 좋은 일이 됩니다.

좋은 일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녀는 힘을 다하여 향유를 마련해 예수님에게 부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는 행위였습니다. 아무리 예수님이 세 번에 걸쳐 수난과 죽음을 예고했어도 제자들 중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날이 도래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매년 반복되던 유월절을 준비할 때, 이 여인만은 예수님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죠. 예수님의 몸에 향유를 부은 것이 어떻게 장례 준비가 됩니까? 몸에 기름을 바르는 행위는 사체에 하는 행동입니다. 산 자에게 기름을 바른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죠. 이 여인은 예수님의 수난예고를 들었을 것이고, 그게 사실이라면 로마 십자가 처형 후 제대로 장례조차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과 연결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을 했던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이 그녀의 행동을 자신의 장례 준비로 해석해 주셨다는 점이죠. 그리고 제자들을 향해 온 천하에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인의 행동을 알려 기억하라고 하십니다. 복음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있어 꼭 언급되어야 한다는 놀라운 말씀인 것이죠. 온 천하에 복음이 전파될 때 마지막 때가 도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여인은 마지막 때를 준비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참된 제자의 모범으로 이 여인의 순결한 행동이 소개되자마자, 반대로 완전히 대조적인 한 제자의 행동이 나옵니다.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호시탐탐 노리던 종교지도자들에게 넘겨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여인의 행동과 해석에서 예수님이 죽음의 길을 자처할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던 것일까요? 그렇게 되면 가룟 유다 자신이 꿈꾸어왔던 혁명을 통한 새 나라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죠. 어둠을 틈타 대제사장들에게 향합니다. 예수님을 죽일 방도를 찾지 못해 모든 계획을 명절 이후로 미루었던 종교지도자들이 불현듯 찾아온 가룟 유다를 보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유다에게 은 삼십이라는 대가를 약조합니다.

이제 유다가 할 일은 단 하나, 제사장들의 손에 예수님을 넘겨줄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그 시점은 대제사장들이 그토록 원했던 명절 전으로 요구했을 것입니다. 확실한 내부자의 고발을 확보했으니 거짓 증인 몇 명만 더 세운다면 민심을 돌려세울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죠. 본문에서 우리는 두 인물의 완전한 대조적 장면을 보게 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한 여인의 헌신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유다의 배신이 완벽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유다와 같이 예수님을 배반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한 여인의 헌신과 같은, 제자도의 모범의 모습을 보인 이 여인과 같은, 그러한 삶을 우리가 살고 있는지, 지금부터라도 주님께 모든 것을 다해 헌신하고 제자도의 모범이 될만한 삶을 사시는 저와 여러분들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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