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강도사 / 행 25:13-27

◎본문: 행 25:13-27

◎개요

13-22절 아그립바와 버니게의 방문

23-27절 아그립바 앞에 선 바울

◎본문연구

오늘도 기도의 자리에 나오신 모든 분들 은혜가 충만한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 본문은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13절부터 22절까지는 아그립바와 버니게의 방문에 관한 내용이고, 23절부터 27절까지는 아그립바 앞에 선 바울에 대한 내용입니다.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두 번의 가이사랴 재판에서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한 채 돌아가게 됩니다. 재판 막판에 바울이 가이사에게 상소하는 바람에 더는 재판이 불필요해졌습니다. 바울은 계속 구금 상태로 로마 송환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물론 자유롭게 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었습니다. 며칠 후, 베스도가 부임한지 20일도 안 되어 분봉왕 헤롯 아그립바와 누이 버니게가 가이사랴를 방문합니다. 이들은 전임 총독 벨릭스의 아내 드루실라의 남매들입니다. 드루실라가 오라버니와 언니에게 바울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며칠 머무는 동안 베스도가 먼저 바울 문제를 아그립바에게 꺼냅니다. 베스도는 벨릭스가 구금한 한 사람에 대해 보고합니다. 두 번째 재판 과정이 베스도 관점에서 재진술됩니다.

베스도는 바울을 계속해서 그 사람을 칭하죠. 그가 부임 후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종교지도자들이 그 사람을 다시 고소하고 정죄하기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 요청에는 정치적 압박이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로마법이 규정하는 합당한 절차를 안내했습니다. 원고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한 것이죠. 로마 황제는 유대 대제사장 임명권을 아그립바에게 맡겼는데, 덕분에 성전 관리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베스도는 사건 처리 과정을 회상하며 상세히 보고합니다. 그는 유대 지도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에서 가이사랴로 내려오자마자 이튿날 곧장 재판을 재개해 그 사람을 세웠습니다. 원고들이 그 사람에 대한 죄목들을 나열했으나, 자신이 생각하는 로마법상 범죄라고 판단할 만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제소한 내용은 우선 종교 문제로서 자신이 판단할 권한 밖의 사안이었습니다. 율법과 성전과 관련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내용에 대한 베스도의 설명이 흥미롭습니다. 드디어 바울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원고들은 피고 바울의 주장을 고발했는데, 그가 죽은 예수를 두고 살아났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예수의 부활은 거짓이며 바울은 그 거짓으로 무리를 충동했다고 고발했다고 봅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까지 세 번의 심문과 재판에서 단 한 차례도 예수라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나사렛이라는 단어가 한 번 등장했고, 암시적으로 죽은 자가 몇 차례 등장합니다. 베스도는 예수를 어떤 죽은 예수로 묘사합니다. 바울이 그가 살아났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발 내용은 전부 로마 실정법으로 판단할 범주 밖에 있어서 베스도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천부장 루시아, 총독 벨릭스, 베스도 모두 이 문제를 동일하게 판단했습니다. 유대교 내부 종교적 문제에 로마가 개입할 수 없었습니다.

베스도는 친유대적은 아그립바 앞에서 지금껏 이 문제를 공정과 원칙에 입각해 흠결 없이 처리해왔다고 주장하듯 보고한 것이죠. 베스도는 자신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바울에게 예루살렘에 올라가 심문받을 것인지 물었다고 합니다. 지금 그는 진짜 의도를 숨기고 있는데, 바울에게 예루살렘 심문을 제안한 의도는 예루살렘 종교지도자들의 청을 암묵적으로 들어주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베스도는 총독으로서 권력과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물었을 때, 바울은 예루살렘 이송 대신 황제의 판결을 신청하며 신변 보호를 호소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앞서 바울의 변론에서 신변 보호 요청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베스도는 바울의 호소를 받아들여 로마 송환까지 구금 상태로 그를 지키고 있다는 말로 보고를 가름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아그립바의 반응이 등장합니다. 그도 그 사람 바울을 직접 대면하고 싶어했습니다. 동생 드루실라가 호감을 가졌고 예루살렘 유대인들의 요청까지 있었다면, 한번 만나볼 위인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아그립바의 요청에 베스도는 접견일을 즉시 다음 날로 잡습니다. 다음 날 총독 공관에 최고 권력자들이 몰려듭니다. 아그립바의 사적 면담이 아닌 공적인 청문 형식으로 마련됩니다. 누가는 아그립바와 버니게가 크게 위엄을 갖추고 등장했다고 보고합니다. 잔뜩 권위와 위엄을 갖춘 모습은 단순한 접견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가이사랴의 천부장들과 고관대작들이 함께 참석합니다. 당시 가이사랴에는 다섯 개의 보병부대가 주둔했습니다. 최소 다섯 명의 천부장들과 가이사랴 주요 인사들이 분봉왕을 알현하기 위해 모였을 때, 베스도는 바울을 소환합니다. 초라한 죄수 바울이 가장 크고 화려한 권력의 소굴로 걸어 들어옵니다. 지금까지 마주한 상황과 차원이 다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담대함이 필요했습니다. 바울은 그 자리를 무죄 입증의 기회가 아니라 예수를 증언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죠. 이제부터 펼쳐지는 심문은 사도행전에서 바울이 받은 다섯 번째 심문인데, 누가는 이 부분을 가장 길고 자세하게 다룹니다. 비록 전임 때 기소된 사건이지만 며칠 전 직접 재판을 주재했고, 두루 살펴보았지만 고발인들의 주장처럼 사형에 해당할 만한 혐의점은 없었다며 그간의 재판 과정을 개략적으로 진술합니다. 다소 과장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이죠. 하지만 죄가 없다면 무죄를 선고하여 방면하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는 무죄를 선고할 수 있었지만 유대 민심을 의식해 바울이 가이사에게 상소했다고 말하지만, 바울의 상소는 베스도가 자신을 예루살렘으로 이송하려 했기 때문에 사용한 마지막 카드였습니다.

베스도는 바울은 로마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합니다. 누가는 베스도가 분봉왕과 고관대작들 앞에서 바울 사건을 자세히 진술한 목적을 소개합니다. 바울을 황제에게 보내려면 혐의와 관련한 상소 자료를 정확히 구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도움을 달라는 것입니다. 베스도는 어제 아그립바에게 내가 이 일에 대하여 어떻게 심리할지 몰라서라고 말했습니다. 친유대적 성향의 아그립바라면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는 고관대작들에게 그리고 특별히 아그립바 왕에게 이 문제에 조언을 구합니다. 어떻게 상소 보고서에 죄목을 적시해 보내야 정치적, 종교적,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겠냐는 것입니다. 그는 각 분야 수장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혐의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합니다.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보고서에 죄목이라도 정확히 써 보내서 자신의 정치적 실수를 모면해보려고 애쓴 것입니다. 문제는 그 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무죄인데 죄목을 작성하려니 곤란한 일이죠. 계속해서 바울의 결백은 입증됩니다. 하지만 무죄 선고 역시 계속 유보되고 있죠. 이것은 초대교회에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교훈합니다. 바울의 결백은 초대교회가 로마세계에서 기독교적 변증에 담대함을 제공해주는 중요한 판례가 됩니다. 그의 선고 유예는 억울한 일이 아니라 로마로 가야 하는 바울의 숙명을 성취하시는 성령의 일하심의 결과인 것이죠.

우리의 진정한 재판장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 앞에서 거짓은 다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합당한 심판을 내리십니다. 예수님을 증거하고 전하며, 하나님의 일을 감당했던 바울에게는 의의 면류관이 기다리고 있었듯이, 우리에게도 우리가 직무를 잘 감당한 만큼 분명 상으로, 열매로 우리에게 주실 것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어려움 가운데에서 뿌린 기도와 전도의 열매가 분명 맺힐 것을 믿고 끝까지 우리의 직무를 감당하시는 저와 여러분들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댓글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