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목사 / 왕하 8:1-15


◎ 본문: 왕하 8:1-15
◎ 제목: 한 가정에서 한 나라까지

1. 본문 개요 및 관찰
    ○ 왕하 8:1-15
      a. 1-6절: 수넴 여인의 가정
      b. 7-15절: 아람 왕이 된 하사엘

2. 적용
    인간을 가장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세월’ 아니겠습니까? 여기에서 말하는 ‘세월’은 단순히 ‘물리적 의미에서의 세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리적 세월은 우리의 외모를 늙게 만들고, 건강을 후퇴시키고 조금씩 쇠약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일도, 관계도, 신앙마저도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하게 되면, 하나님으로부터 사람을 돌아서게 만들거나 멀어지거나 심지어 하나님을 떠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우리의 연약함과는 달리 우리 하나님은 끝까지 신실하십니다. 그분이 신실하시기에 하나님은 끝까지 우리에게서 돌아서거나 멀어지지 않으시고 가까이 우리를 만나 주시고, 끌어안아 주신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수넴 여인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바로 저와 여러분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한 가정’과 ‘한 나라’의 이야기가 교묘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먼저 1-6절은 엘리사가 이전에 아들을 다시 살려 주었던 ‘수넴 여인’의 가정사에 대한 내용이, 그리고 이어지는 7-15절까지는 엘리사가 아람을 방문했을 때에 벌어진 내용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먼저 1-6절을 살펴봅시다. 오늘 본문 1절에 엘리사는 수넴 여인을 향하여 이스라엘에 7년 동안 기근이 있을 것을 귀띔하면서, 가족과 함께 살만한 곳으로 이주하라고 알려줍니다. 성경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엘리사가 이 가정에 대해 호의를 베푼 것을 보면, 이 가족이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의 사역을 지속적으로 후원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넴 여인 가족은 엘리사의 말에 따라 ‘블레셋 사람들의 땅’으로 들어가서 7년을 살았습니다. 블레셋은 가나안 남부의 해안 평야 지역에 살았습니다. 그 지역은 비교적 강수량이 많고 토지가 비옥하기 때문에 기근에 대해 덜 취약한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7년의 시간을 보내고 수넴 여인 가족은 원래 살던 곳으로 귀환합니다.

    그런데 돌아온 이 가정에 ‘토지 소유권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여인은 ‘왕’에게 호소하려고 나아갑니다. 여인이 직접 법적인 문제를 처리하려는 상황을 감안하면 남편이 이미 죽었거나 병상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인이 아들을 낳았을 때에 남편은 이미 연로하였기 때문입니다. 여인은 남편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 또는 아들이 상속받아야 할 땅을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수넴 여인의 가족은 아마도 자신의 친족들에게 집과 전토를 친족에게 넘겼을 것이고, 이제 돌아와 소유권을 찾으려 하지만,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여인이 왕에게 나아갔을 때에 왕은 엘리사의 사환 게하시와 대화 중이었습니다. 왕은 게하시에게 ‘엘리사가 행한 큰 일’을 모두 말해달라고 요구하였고, 그 중에 엘리사가 수넴 여인의 아들을 소생시킨 일을 왕에게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바로 수넴 여인이 아들과 대동하여 차례를 따라 왕에게 나아왔고 집과 땅을 되찾게 해 달라고 호소합니다. 왕에게 이야기하던 게하시는 바로 저 여인과 아이가 바로 엘리사가 살린 아이와 그의 어머니라고 왕에게 말합니다.

    왕은 여인에게 소상히 묻고 상황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내시 한명에게 이 일을 전담케 하고, 여인에게 속한 모든 것과 그녀가 떠난 후부터 지금까지 밭의 소출을 다 돌려주라고 명합니다. 왕이 소유권 문제를 호의적으로 해결해준 데는 엘리사의 사역을 통해 백성을 보살피는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이 작용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7-15절은 무대가 ‘아람’의 수도, 다메섹으로 바뀝니다. 결과적으로 엘리사의 다메섹 방문으로 인해 ‘하사엘’이라는 신하가 왕좌에 오르게 된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엘리사가 다메섹에 방문했을 때 통치자는 아람 왕 벤하닷 2세입니다. 그는 지금 병중이지요. 엘리사가 다메섹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벤하닷은 신하 ‘하사엘’에게 각종 선물을 쥐어서 대접하려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낫게 될 것인지를 묻고자 합니다.

    하사엘이 오자 엘리사는 ‘왕이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 말하시오’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이어서 하는 말이 ‘그러나 여호와께서 왕이 반드시 죽을 것이라 내게 알게 하셨다.’고 또한 말합니다. 정리하자면, 하나님께서는 아람 왕 ‘벤하닷 2세’가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엘리사는 하사엘을 향해서 ‘왕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하라.’고 거짓말을 하라고 명하고 있는 겁니다.

    그 후에 엘리사는 하사엘에게 얼굴을 고정하고 그가 어색해 할 때까지 빤히 보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리고 엘리사는 하사엘이 이스라엘을 향해 성을 불태우고, 장정들을 칼로 베고, 아이들을 메칠 것이며, 임산부의 배를 가르는 만행을 저지를 것을 하나님께서 보여주셨기 때문에 울었다고 말해줍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하사엘은 손사레를 치면서 자신을 ‘개와 같은 비루한 자’라고 말하지만, 엘리사는 하나님께서 하사엘을 벤하닷 대신 왕으로 세우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돌아간 하사엘은 엘리사가 전한 말을 벤하닷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다음날 새벽에 물에 담근 이불을 취하여, 병상에 누운 왕의 얼굴을 덮어 씌워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됩니다.

    오늘 두 개의 사건을 나란히 놓아두면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하나님은 ‘가정’이라는 작은 그룹의 일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운명까지도 주관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의 작은 일을 대할 때에 ‘그 크신 하나님께서 이렇게 작은 일 까지도 관여하시겠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놓고는 ‘하나님께서 아무리 크시다고 해도 나라의 전체를 움직이는데에 관여하실까?’라고 여긴다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때로는 작은 일에는 무관심한 하나님으로, 때로는 다소 작은 하나님으로 제한합니다.

    하지만 기억하기 원합니다. 하나님은 매 순간 누구에게든, 어떤 집단이든 매 순간 참 주관자가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느 누구보다 세밀하시고, 어느 누구보다 위대한 방식으로 세상을 이끌어 가십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주재권을 신뢰하고 모든 것을 맡기는 자에게 계속된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게 하십니다. 그 은혜를 다 누리고 경험하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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